우리 사회는 이제 60/70/80년대의 30년 간 산업사회의 고도 성장기를 지나 90년대 들어 정보산업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물질적으로 발전했던 혹은 발전하고 있는 사회는 세계적으로 근래에 찾아보기 드문 경우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졸업한 후에 그야말로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몸담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도 고도 성장기의 우리 사회에서는 유교적인 가치관이 남아 있어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고, 물질보다는 정신을 중시하는 전통이 남아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 사람들의 가치관이 물질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까하는 생각을 근래에 들어 자주 해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매우 발달한 사회-미국-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앞으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런지를 예측할 수가 있겠죠.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개인의 욕심'과 '개인간의 경쟁'에 그 기초를 두는 체제입니다. 그 두 가지 요소를 무시했던 공산주의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이제 자본주의가, 특히 미국식 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대두되고 IMF에 의해 각 나라들은 그러한 스탠더드를 지키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분명 유용한 체제입니다. 개인과 사회가 물질적으로 부족하게 되면, 오히려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인과 사회가 물질적으로 발전하려 하는 것은 장려되어야 할 엄연한 목표입니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온 결과, 이제 삼성전자,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등의 일류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며 개인과 사회의 부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욕심'과 '개인간의 경쟁'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사회는 오히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경우 소득의 재분배를 정부가 철저히 수행하는 사회주의의 전통이 강하게 지켜지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전통에 따라 정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사회는 욕심과 경쟁이라는 두 가지 원동력에 의해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물질적으로는 역사상 유례 없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에는 분명히 성공한 사회입니다. 그래서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으로 끊임없이 이민을 가고 있죠.
하지만, 미국 사회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본주의의 폐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탐욕에 의한 환경파괴-에너지, 음식, 일회용품 등의 과다 사용-, 과다 경쟁과 경쟁의 피로감에 따른 개인의 정신적 공허, 이에 따른 가정 파괴/약물 남용/총기 사고/엽기적 범죄, 물질적 탐욕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나는 경제적 범죄 등 파국적인 사건들을 우리는 언론에서 자주 접합니다. 미국은 알다시피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대륙에 건설한 사회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종교와 신앙에 기초한 사회로 시작된 나라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화폐에는 'In God, We Trust'라고 적혀있고, 대통령 취임식 때도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전통이 남아있죠.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기업의 힘이 강해지고, 개인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짐에 따라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들-신앙, 가정, 공동체 정신-이 약화되면서 미국 사회 내에서 위에서 말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예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즉, 개인과 우리 사회는 무엇으로 자본주의의 두 가지 원동력-'개인의 욕심'과 '개인간의 경쟁-을 적절히 조절할 수가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졸업 후에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전에는 스승과 선생님으로 불리웠는데, 이제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느낌이 강한 '교사'가 일반적인 말이 되어 버린 이 자본주의 시대에 여러분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만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학원 강사와 다를 바가 없겠죠.
우리나라의 학교현장도 '개인의 욕심'과 '개인간의 경쟁'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여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이 되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봅니다. 학교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하여, 또한 더 잘 살기 위하여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곳으로 변한 것이 현실입니다. 당연히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현장에도 '개인의 욕심'과 '개인간의 경쟁'의 원리가 도입되어서 개인과 학교의 발전을 이루어야 하겠죠. 하지만, 그에 앞서서 학교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는 학생들에게 '세상의 진리'를 터득하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지식을 쌓고, 그 지식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곳,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곳이 학교가 아니겠습니까?
선생님이 공부하는 즐거움과 진리를 깨닫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그러한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겠습니까? 각 개인들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업을 하는 데에, 어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는 데에, 또 어떤 사람들은 운동들 하는 데에 등등... 선생님이 되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진리를 깨닫는 데에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한 진리를 학생들과 같이 나누는 데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초중고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려면 여러분들은 공학적인 컴퓨터에 관한 지식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아울러 자연/사회과학과 인문학에 관한 지식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이 세계-창조주가 창조한-에 대한 신비로운 진리들을 가르쳐 주며,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지혜와 향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학부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교양인'이 되기 위한 지식들을 습득합니다. 임용고사도 중요하지만 임용고사 이후의 여러분의 길을 밝혀주는 것은 컴퓨터에 관한 전공지식과 함께 여러분들이 학부과정에서 공부했던 자연과학과 인문학에 관한 깊이있는 지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지혜'와 '진리'에 관한 깨달음들이 탐욕, 경쟁, 향락, 범죄가 넘쳐나는 이 글로벌
스탠더드 자본주의 시대에 여러분들 자신이 길을 잃지 않고, 또한 여러분들이 가르칠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진정한 선생님으로서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인생을 좀 더
앞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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